[SG-HATT NEWS, 알브레인]=암컷 문어는 알을 낳은 뒤 수개월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고 알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아주 놀라운 점은 누가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스스로 굶습니다.
암컷 문어는 알을 낳으면 동굴이나 바위 틈에 붙어 알을 보호하면서 계속 물을 뿜어 산소를 공급하고, 이물질도 치워줍니다. 이 기간에는 사냥하러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먹이를 거의 먹지 않습니다.
특히 일부 심해 문어는 알을 돌보는 기간이 4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몸에 저장해 둔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점점 쇠약해집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새끼가 부화하면 어미 문어가 죽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문어는 번식 후 죽는 일회번식(semelparity)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 알을 낳음 → 먹이를 거의 먹지 않음 → 알을 계속 지킴 → 새끼가 부화함 → 어미는 생을 마감 ” 이라는 엄청난 모성 행동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다만 모든 문어가 똑같은 방식으로 장기간 금식하는 것은 아니며, 종에 따라 알을 돌보는 기간과 먹이 섭취 여부가 다릅니다.
특히 ‘4년 동안 알을 지킨 문어’ 이야기는 문어의 모성 행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4년 동안 새끼를 기다린 문어
미국 캘리포니아 앞바다의 심해에서 연구진은 Graneledone boreopacifica라는 심해 문어를 관찰했습니다.
이 문어는 약 1,400m 깊이의 바다에서 알을 품었는데, 연구진이 관찰한 암컷은 무려 53개월, 약 4년 5개월 동안 알을 지켰습니다. 이 기록이 놀라운 이유는 단순히 오래 있었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그 기간 동안 어미 문어는 거의 먹이를 먹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4년을 버틸까요? 어미 문어는 알을 낳은 뒤 알 주변을 떠나지 않습니다. 알을 몸으로 감싸 보호하고 물을 계속 움직여 알에 산소를 공급하고 알에 붙은 이물질을 치우고 포식자가 접근하면 쫓아내고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결국 자신의 몸에 저장되어 있던 에너지를 조금씩 사용하면서 알을 지키는 데 모든 것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럼 아무도 먹이를 가져다주지 않나요?”
문어는 다른 동물처럼 배우자나 다른 문어가 먹이를 가져다주는 사회적 양육을 하지 않습니다. 어미 혼자 알을 지킵니다. 그래서 알이 부화할 즈음에는 어미의 몸이 상당히 쇠약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어미 문어는 새끼가 세상으로 나갈 때까지 알을 지킨 뒤, 번식을 마친 후 죽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살아남기 위해 먹는 것”보다 “내 새끼가 태어나는 것”을 선택하는 것과 같은 행동입니다.
문어에게 인간과 같은 의식적인 ‘희생’의 감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생물학적으로 보면 번식 성공을 위해 자신의 생존을 거의 모두 투자하는 극단적인 번식 전략인 셈입니다.
그러나 문어는 알을 지킬 때 단순히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미는 알을 계속 만지고 움직이며 상태를 확인하고, 물을 순환시킵니다. 그리고 알이 부화하기 직전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심해 문어 연구에서는 이 모습을 관찰하면서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는 가장 극적인 부모 행동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문어는 알을 지키면서 왜 그렇게 오랫동안 먹지 않아도 죽지 않을까요?
여기에는 문어의 뇌, 신진대사, 몸속 에너지 저장 방식과 관련된 아주 흥미로운 비밀이 있습니다.
문어는 평소에도 에너지를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동물입니다. 알을 품기 시작하면 사냥과 이동을 최소화하고, 몸속에 저장해 둔 에너지를 조금씩 사용합니다. 특히 심해에서는 수온이 매우 낮기 때문에 대사 속도가 느려집니다.
쉽게 말하면, 따뜻한 곳에서 자동차가 계속 달리는 것과 추운 곳에서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자동차의 연료 소비가 다른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심해 문어는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로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습니다.

문어의 지능
문어는 무척추동물 가운데 특히 복잡한 신경계를 가진 동물입니다. 문어의 신경세포 대부분은 머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8개의 팔에도 상당히 분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팔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복잡한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문어가 물체를 기억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먹이를 꺼내는 방법을 학습하고 주변 환경에 따라 행동을 바꾸며 경험을 통해 새로운 행동을 익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문어는 흔히 “바다의 지능형 생명체”처럼 소개됩니다.
그런데 왜 새끼를 낳으면 죽을까요?
문어의 죽음은 단순히 “먹이를 못 먹어서 굶어 죽는다”라고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문어의 번식에는 호르몬에 의한 생리적 변화가 깊게 관여합니다.
암컷 문어가 알을 낳으면 생식기관과 관련된 호르몬 체계가 크게 변화하면서 먹이 섭취와 몸의 정상적인 유지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과정이 나타납니다. 결국 번식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이후에는 몸의 회복이 어려워집니다.
즉, “새끼를 위해 죽기로 결심한다”가 아니라 “번식 이후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물학적 프로그램이 작동한다” 고 이해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더 정확합니다.
어미 문어가 죽기 직전에는 몸이 크게 쇠약해지고 색깔과 피부 상태가 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무렵, 알 속에서는 새끼들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문어들이 하나둘씩 알에서 나옵니다.
어미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만들어내는 데 대부분의 자원을 사용한 결과입니다.

문어가 이렇게 번식 후 죽도록 되어 있는 이유가 단순히 “새끼를 위해 희생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문어의 진화 과정에서 성장과 번식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전략이 살아남는 데 유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연구자들이 문어의 번식 후 노화와 죽음을 연구하면서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문어의 ‘죽음으로 향하는 스위치’에 관여하는 기관과 호르몬 체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어미 문어의 눈 뒤쪽에 있는 작은 기관 하나를 제거했더니, 번식 후 나타나던 죽음의 과정이 크게 달라졌던 실험이 있습니다. 즉, 문어에게는 정말 놀랍게도 번식과 죽음을 연결하는 생물학적 스위치 같은 시스템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문어의 ‘죽음의 스위치’ — 시신경샘
문어의 눈 뒤쪽에는 시신경샘(optic gland)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사람의 뇌하수체와 비슷하게 여러 호르몬 신호를 조절하는 중요한 기관인데, 문어의 성숙과 번식 후 변화에도 깊이 관여합니다.
① 젊은 문어는 아주 잘 살아갑니다
문어는 성장하면서 사냥하고, 주변을 탐색하고, 다른 동물과 상호작용하고,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런데 성숙해서 번식 단계에 들어가면 몸의 방향이 크게 바뀝니다. 특히 암컷은 알을 낳은 뒤 먹이 섭취가 급격히 줄고, 알을 보호하는 데 대부분의 행동을 집중합니다.
② 번식이 시작되면 시신경샘의 신호가 달라집니다
연구자들은 문어가 번식한 뒤 급격하게 쇠약해지는 현상에 시신경샘에서 나오는 호르몬 신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특히 시신경샘에서 분비되는 여러 신호가 “먹이 섭취 → 대사 → 생식 → 노화” 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관을 문어의 “번식 후 노화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핵심 조절기관”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③ 암컷 문어의 시신경샘을 제거 실험이 있었습니다
과거 연구에서 번식 후 쇠약해지는 암컷 문어의 시신경샘을 제거했더니 놀라운 일이 나타났습니다.
원래라면 번식 후 먹이를 거부하고 쇠약해지며 죽어가는 과정에 들어가야 할 문어가, 다시 먹이를 먹고 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즉 연구자들은 여기서 중요한 단서를 얻었습니다.
문어의 번식 후 죽음은 단순한 굶주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몸 안에서 번식과 노화를 연결하는 생리적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④ 최근 연구는 더 흥미롭습니다
시신경샘에서 만들어지는 물질 가운데에는 콜레스테롤 대사와 관련된 스테로이드 호르몬 전구체 등이 있습니다. 번식 후 이 신호 체계가 크게 변하면서 문어의 몸에서는 먹이를 찾는 행동 감소, 에너지 대사 변화, 생식 관련 변화, 조직의 노화, 면역 및 스트레스 반응 변화 등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문어를 노화와 죽음을 연구하는 독특한 모델 동물로도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말 놀라운 역설이 생깁니다.
문어는 인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짧은 삶을 삽니다.
그 짧은 삶 동안 배우고 → 사냥하고 → 성장하고 → 번식하고 → 다음 세대를 남기고 생을 마칩니다.
그런데 문어가 번식 후 죽어가는 과정은 단순한 사고나 질병이 아니라, 몸 전체의 생리적 변화가 관여하는 매우 정교한 과정입니다.
그래서 문어를 연구하면 과학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노화와 죽음은 단순히 몸이 망가지는 과정일까, 아니면 생물학적으로 조절되는 과정일까?”
문어는 이 질문에 대한 아주 독특한 연구 대상입니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수컷 문어도 번식 후 죽지만, 암컷과는 조금 다릅니다. 수컷은 짝짓기 후에도 한동안 살아 있을 수 있지만, 역시 생식 이후 노화가 진행됩니다.
반면 암컷은 알을 낳고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자신의 생명을 거의 전부 투자합니다.

왜 문어는 한 번에 모든 것을 걸었을까?
문어가 사는 바다는 위험합니다.
어린 문어는 아주 작고 포식자도 많습니다. 그래서 문어에게는 “내가 오래 살아남는 것”보다 “내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많이 남기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화 과정에서 ” 성장 → 엄청난 에너지 축적 → 한 번에 많은 알 생산 → 알 보호 → 번식 후 죽음 ” 이라는 전략이 자리 잡은 것입니다. 특히 암컷 문어는 알을 보호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씁니다.
이렇듯 “생명은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진화해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어 vs 코끼리 vs 인간— 완전히 다른 생존 전략
“ 문어의 모성애가 인간이 본 받아야 할 정도로 감동적이며 생명은 참으로 놀라운 방식으로 다음 생명을 남기며 진화해 왔구나.” 싶습니다.
이번에는 코끼리의 생존전략을 알아 볼까요?
코끼리는 새끼를 아주 적게 낳습니다. 하지만 새끼 한 마리를 키우는 데 수년간 엄청난 투자를 합니다. 어미가 오래 살아 있어야 새끼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코끼리에게는 “한 번에 많이 낳고 죽자” 보다 “적게 낳더라도 오래 살아서 여러 번 번식하고 새끼를 키우자” 가 훨씬 유리합니다.

인간의 생존전략은 어떠할까요?
인간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걷는 것부터 배우고, 언어를 배우고, 사회생활을 배우고, 지식을 습득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부모가 오래 살아남는 것 자체가 자녀의 생존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번식이 끝난 이후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살아갑니다.
자식을 돌보고 먹을 것을 구하고 지식을 전달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다음 세대의 생존에 도움이 되며 더 진화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듯 문어에게는 “짧지만 강렬하게 한 번의 번식에 모든 것을 투자하는 전략”, 코끼리에게는 “아주 적은 새끼를 낳고 오랫동안 보호하는 전략”, 인간에게는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와 공동체가 여러 세대에 걸쳐 아이를 키우고 지식을 전달하는 전략” 이 필요한 것입니다.

생명은 반드시 오래 살아야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어처럼 몇 년밖에 살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생명을 다음 세대에 성공적으로 전달하면 진화적으로는 성공한 것입니다. 반대로 인간처럼 80~100년을 살아도 다음 세대로 유전자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생물학적 의미의 번식 성공은 달라집니다.
즉 자연이 보는 기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와 조금 다릅니다.
“얼마나 잘 살아남고, 다음 세대를 남겼느냐.”
세이브그리트는 건강한 출산장려를 응원합니다.

▼세이브그리트는 여러분들과 가치를 남기며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