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브레인 현장취재 – 학생들과의 소통으로 완성되어지는 북한학 강의
포천의 초가을, 대진대학교 강의실 칠판 앞에는 북한 평양의 세밀한 지도가 펼쳐져 있고, 책상 위에는 북한연구노트자료가 쌓여 있다. 곽인옥 교수의 강의 주제는 “북한의 계획경제와 하이브리드 생존경제”. 다소 낯설게 들리는 주제였지만, 곽인옥 교수는 북한 주민들의 생존 방식, 의약품 유통 문제, 고난의 행군 시기의 상처를 실증적 자료와 최신 연구 방법론을 곁들여 설명하며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었다.
포천과 북한, 경제의 연결점
한 여학생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포천은 어떻게 경제를 활성화해야 북한의 하이브리드 시장경제와 연결될 수 있을까요?”
곽 교수는 잠시 미소를 짓더니 차분히 답했다.
“북한은 값싸고 충성스러운 노동력을 갖고 있고, 한국은 기술·브랜드·자본·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둘이 결합하면 한반도는 거의 모든 생활필수품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포천은 북한과 지리적으로 맞닿아 있는 만큼 거점 도시로 성장할 잠재력이 큽니다. 결국 남북은 필요에 의해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곽 교수의 강의는 단순히 교과서에서 배우는 경제론이 아니라, 남북한 지역이 연결되는 구체적 이야기였기에 더욱 실감났다.
곽인옥 교수의 통일관 –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결실”
곽 교수의 통일관은 단호하면서도 따뜻했다.
“통일은 흡수나 강제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북한을 ‘없어져야 할 나라’로 보는 건 잘못된 관점이죠. 북한은 지금 한국의 1960~70년대 삶과 유사한 단계에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는 통일을 ‘결혼’에 비유했다.
“결혼도 비용과 문제만 따지면 할 수 없습니다. 교류하고 가까워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실을 맺게 되는 거죠. 통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후대가 원할 때, 교류와 협력이 쌓여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입니다.”
이런 통일관은 ‘정책’이 아니라 ‘삶의 관계’로 풀어낸 설명이었기에 많은 공감을 일으켰다.
AI 시대, 북한 연구의 미래
강의 후반, 곽 교수는 AI 시대에 대한 경고를 남겼다.
“AI를 지배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AI에 지배당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북한 연구에서도 AI는 필수적입니다.”
그는 특히 하이브리드 생존경제 연구와 AI의 결합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AI를 주체적으로 다루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학생 인터뷰 ① – 북한경제의 성별 역할에서 인상 깊다
정보통계학과 2학년 학생은 강의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을 이렇게 전했다.
“경제 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크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중국, 베트남처럼 공산권 국가에서 여성들이 지역 경제를 주도하는 사례와도 닮아 있더라고요. 통일 담론은 단순히 국가 정책의 차원이 아니라, 생활 경제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인구 규모와 통계 신뢰성에 대해서도 궁금하다”며 “언론에서 보여주는 자료만으로는 북한 사회의 실체를 알 수 없기에 교수님의 자료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고 말했다.
학생 인터뷰 ② –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알고 싶다
만화게임그래픽 전공 2학년 남궁효민 학생은 교양 과목으로 수강했지만 강의 내용에 큰 흥미를 보였다.
“처음 강의에서 교수님이 북한 지도를 세세하게 구역별로 설명해 주셔서 놀랐습니다. 단순한 이론 강의가 아니라 실제 현장조사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녀는 또 “최근 북한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 모습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고 말하며,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지만, 문화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래희망을 묻자 그는 웹툰 작가이자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 인터뷰 ③ – 고난의 행군이 남긴 상처와 AI 개발자의 시선
컴퓨터공학과 3학년 학생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 수많은 아사자 발생”이라고 답했다.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다른 나라로 이주하려 했던 모습이 동시에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시기의 경제 붕괴는 북한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죠.”
그는 또 북한의 컴퓨터·인터넷 보급 실태에 대해 궁금증을 드러내며 “일반 주민들이 실제로 사용 가능한지, 아니면 일부 계층만 누릴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평화적 협정에 의한 통일이라면 긍정적”이라며, “휴전 상태를 끝내고 미래 세대가 전쟁 걱정 없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는 AI 개발자의 꿈을 키우며 관련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강의실에서 피어난 작은 남북 대화
곽교수의 강의가 끝난 뒤 학생들의 반응은 이러했다.
“북한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강의로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북한의 고난의 행군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 우리 사회도 나름의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곽인옥 교수의 강의는 북한 연구를 넘어,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 삶과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세밀한 평양지도, 주민 인터뷰 노트, 의약품 유통 실태 분석, AI 접목까지—강의실은 작은 남북 대화의 장이 되었고, 학생들의 질문과 고민 속에서 한반도의 내일이 자라나고 있었다.

▲곽인옥교수의 북한연구노트는 그 연구가치가 엄청나다.
북한학은 멀고 낯선 학문이 아니다. 곽인옥 교수의 강의는 그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포천이라는 지역성과 연결된 경제 이야기, 통일을 생활 속 비유로 풀어낸 따뜻한 시선, 그리고 AI 시대의 주체적 대응까지. 그의 강의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들과 소통하는 계속 완성되어져 가는 강의가 되고 있다.
대진대학교 강의실에서 울려 퍼진 그의 메시지는 단순한 학문적 성취를 넘어, 평화와 공존을 향한 작은 씨앗으로 언젠가 그 씨앗이 한반도의 내일을 여는 나무로 자라날지도 모른다.

▲곽인옥교수는 그의 북한연구노트를 통해 북한학 강의를 이어갔다.
곽인옥 교수의 국제적 성과와 학문적 기여
곽인옥 교수는 북한학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드문 업적을 남겼다. 그는 SSCI·SCI 저널에 4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학문적 희소성과 난제를 돌파한 연구자로 평가받는다. 대표 저서인 「평양 시장경제 보고서」는 북한의 장마당, 화폐 제도, 가계 경제를 최초로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서로, 국내외 학계와 언론에서 꾸준히 인용되며 북한 연구의 표준 참고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가 정립한 ‘하이브리드 생존경제 이론’은 북한 사회를 단순한 폐쇄적 체제가 아닌, 합법과 비공식, 국가와 시장이 교차하는 가운데 변화와 생존 전략이 뒤섞여 역동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로 조망하게 했다. 이는 북한을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 학문적 기여로 평가된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그날의 현장 강의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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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저도 더욱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길 응원합니다.